“참지 말고 목소리를 내세요…변화는 스스로 만드는 거죠”

안광호 기자

시민이 만드는 생활정책연구원 황인국 대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교통요금 24세까지 할인 등 추진

1년간 150여명 비상근 활동…더 많은 일 위해 더 많은 참여를

창립 1주년을 맞은 ‘시민이 만드는 생활정책연구원’의 황인국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우리 사회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시민이 나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창립 1주년을 맞은 ‘시민이 만드는 생활정책연구원’의 황인국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우리 사회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시민이 나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불편함을 참는 게 습관화돼 있어요. 불편을 줄이려면 시민이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그러면 그게 정책이 되고 내 삶이 바뀝니다.”

‘내 삶을 바꾸는 깨알정책’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창립한 ‘시민이 만드는 생활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이 22일 1년을 맞았다.

거대 담론이나 추상적 구호가 아닌, 깨알처럼 작지만 삶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이날 경향신문과 만난 황인국 대표(54)는 “불편한 일상을 참고 감내하지 말고,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입법화해서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연구원은 취지에 공감하는 대학생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바쁘게 살지만 불편함을 감내하기 싫은 보통시민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에서는 150여명의 회원이 비상근으로 활동하며 각종 생활정책 제안과 공청회, 토론회 등을 하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연구원이 그간 주목한 대표적인 생활정책들은 공인인증서 및 액티브 엑스(Active X) 의무사용 폐지, 만 18세 선거연령 인하, 24세 청소년 교통요금 할인 등이다.

황 대표는 “2014년 정부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를 선언했지만, 금융사 등에서 다른 전자서명 방식을 도입하지 않아 사용자들은 여전히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하기도 까다롭고, 국내 사용자 또한 불편이 큰 만큼 하루빨리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액티브 엑스와 함께 공인인증서 완전 폐지를 공약’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24세 청소년 교통요금 할인’은 서울시의회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은 만 9세에서 24세까지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의 청소년 할인 대상(현재 만 19세까지)을 만 24세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황 대표는 “취업준비생들의 지출 항목에서 교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중·고등학생과 같은 수준의 교통요금을 받자는 얘기”라며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며, 그게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시의회와 ‘대중교통 이용요금 할인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2만명의 온라인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제안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 적자 심화 등을 이유로 이 문제를 장기 검토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황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연구원을 구상했다고 한다. “저의 삶에서 두 번의 삶의 전환점이 있었어요. 한 번은 외환위기였고, 또 하나는 세월호 참사였습니다. 아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보면서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 활동하면서도, 지금 이대로는 결국 아이들한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세상을 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운송이나 항만 정책 등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작은 것들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큰 문제였다고 봐요. 과적이라든지, 배가 출항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제대로 확인만 했으면 어땠을까, 또 긴급상황 발생 시 행동 수칙과 같은 기본 원칙을 선장이나 선원들에게 제대로 교육했다면, 또 아이들에게 대피 요령을 사전에 알려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죠. 결과론적이지만, 그런 기본 원칙들이 지켜졌다면 조금 더 안전한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요?” 황 대표는 이를 계기로 ‘안전을 위한 시민행동 세이퍼스(SAFEUS)’를 만들었다.

교육학을 전공한 황 대표는 유독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다. “저 역시 암울한 20대를 보냈어요.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죠.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했는데, 주변에 고민을 얘기하고 상의할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삶의 좌표가 없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1995년부터 시민사회단체인 ‘한국청년의 전화’(현 한국청소년재단)를 운영한 황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학교에서 중도탈락한 아이들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변화된 가정구조와 사회환경이 빚어낸 희생양”이었다. 황 대표는 2000년 학교 밖 10대들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도시 속 작은 학교’를 만들고 지금도 교장을 맡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년간 연구원의 과제도 절감했다고 한다. “현재 모인 회원들 모두 각자의 생업이 있는 바쁜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 기업인이다 보니 더 많은 아이디어의 확보와 추진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우리 삶에 체감되는 변화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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